요즘 출근하기만 하면 C레벨이건 팀장이건 모두 AI, AI를 입에 달고 산다.
오죽하면 “그거, AI로 하면 되지 않아?“가 그냥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냥 지시하고, 지시를 받는다.
그런데, 문제는 아마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흔히 대기업군으로 분류되는 임직원 5,000명 이상 혹은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 되는 회사, 인터넷 상에서 ‘대기업’이라 이야기 하는 근무환경에서 AI를 쓰는 건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총무로 근무하고 있는 내가 회사에서 AI 활용이 더딘 이유를 생각해봤을 때, 크게 다음과 같이 2가지 이유다.
첫번째 : 보안
우선 ‘보안’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것 같다.
다만,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를 예를 들면, AI를 활용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제약이 있다.
- 특정 사이트 접속 차단(Gemini, Claude, Perplexity, ChatGPT 등)
- 과거에는 YouTube 까지 차단했었고, 예상하겠지만 NotebookLM이나 Opal 등 접속이 될리 만무하다.
- 혹시, Gemini CLI나 AionUi 같은 로컬에서 Terminal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당연히 네트워크를 통해 작업하므로 몽땅 차단되어 있다.
- VDI 가상환경으로 클라우드에서 거의 대부분 업무를 처리
- 클라우드는 로컬 PC보다 더 엄격하게 보안정책을 적용하다 보니 Google Maps 조차도 접속되지 않는다.
- 파일(이미지, 문서 등) 업로드 차단
- 기본적으로클라우드 ↔ 로컬 PC 간에 파일 전송도 별도의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며, 로컬 PC에서 웹브라우저나 기타 소프트웨어를 통해 파일 업로드를 원천 차단한다.
- 기본적으로클라우드 ↔ 로컬 PC 간에 파일 전송도 별도의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며, 로컬 PC에서 웹브라우저나 기타 소프트웨어를 통해 파일 업로드를 원천 차단한다.
아마 다른 회사들도 크게 다르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위와 같은 제약이 있는 환경에서 AI를 활용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
- 차상위자에게 특정 사이트 접속 차단 해제 신청 결재
- 이 때, 어떻게 업무에 활용할 것이며, 어떤 사이트가 필요한지 하나하나 적어줘 한다. 또, 모든 AI 관련 사이트를 차단 해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보안’ 관련 부서도 인지하지 못한 새로운 사이트나 기능(예, AntiGravity)을 이용하려면 별도로 결재를 또 올려야 한다.
- 이쯤되면 이런 생각이 든다 :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이거 해서 누구 좋으라고? 회사가 정책상 제한해둔 걸 해제하면서 까지 내가 성과를 내야 하나?’
- 외부 메일을 이용해서 AI에 파일 업로드
- 파일 업로드가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Data를 분석해서 인포그래픽이나 보서, 슬라이드 등을 만드려면 파일을 전송해야 하는데, 결국 외부 메일을 이용하게 된다.
단순히 생각하면 별 문제 아니지만, 모든 외부 메일은 팀장에게 자동 참조된다. 😇 - 어찌어찌 팀장도 용인하는 수준의 업무를 한다고 해도 개인 휴대폰이나 태블릿에회사 메일로 파일을 전송했다 받아서 업로드하고 결과물을 다시 다운로드 받아서 다시 메일로 보내고 하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하다 보면 쎄게 현타가 온다.
- 물론, 나의 경우 다른 꼼수를 써서 하긴 하지만, 이 마저도 꼼수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면 차단될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다.
- 파일 업로드가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Data를 분석해서 인포그래픽이나 보서, 슬라이드 등을 만드려면 파일을 전송해야 하는데, 결국 외부 메일을 이용하게 된다.
- 로컬에서 특정 사이트를 넘어 설치형 도구(예, Gemini CLI, AionUi, AntiGravity, 기타 MCP 등)를 활용하려면 VPN, Proxy 등을 알아야 하며, 이것 역시 리스크가 있다.
- 나만의 AI Agent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각종 보안정책을 위반하면서 설치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이기도 하지만, VPN이며 Proxy며, 그 과정이 쉽지도 않다.
아마 보안 관련 부서에서 보면 기겁을 할 거다. 대충 느낌이 왔겠지만, 회사에서 AI 노래를 부르지만 실제 Infra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C-Suite 입장에서는 의사결정이나 결재 위주로 일을 해야 하다보니 실무선에서 어떤 제약이 있는지 그다지 관심이 없다.
행여 알고 있는 문제라도 해도 “이런 환경에서도 AI를 활용해서 성과를 내는게 당신의 역할이지!“라고 갈구면 될 뿐이다.
적절한 도구와 환경을 제공하지 않고, 이상을 쫓고 있는 현실이 개인적으로는 아주 씁쓸하다.
- 나만의 AI Agent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각종 보안정책을 위반하면서 설치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이기도 하지만, VPN이며 Proxy며, 그 과정이 쉽지도 않다.
두번째 : 학습
이 부분은 개인차가 극명하다.
AI를 단순히 네이버 검색창 처럼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고서부터 코딩까지 전부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런 개인차가 객관적으로 수치화 할 수 있는 정량적인 데이터다 없다 보니 AI 시대라고 얘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개인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할지 정해진 바가 없다.
그래서 의식이 흐름이 이렇게 흘러간다.
‘맨날 AI, AI 떠드는 사람들도 딱히 AI로 뭔가 결과물을 내거나 어느 정도 능력을 가졌는지 검증도 안되고 평가기준도 모호한데 여기서 뭘 더 해야하나?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코딩까지 배워서 일을 해야하지? 그렇게 잘할 거 같으면 AI로 만들어서 주지, 왜?’
한편, 나는 총무로 근무하고 있지만 회사에서 AI 노래를 부르는 것은 결국 인력 효율화가 목표라고 생각한다.
팀원이 10명이 있던 조직에서 AI를 엄청 잘 다루는 1명과 어느 정도 잘 다루는 1명 이렇게 2명 정도 있으면 나머지 8명은 더 필요없다고 판단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어느 시점이 되면 살아남기 위해서 마치 이력서를 쓰는 것처럼 AI를 활용한 개인별 ‘포트폴리오’가 필요해질 것이라 본다.
이렇게 정적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도 그런 차원의 하나이기도 하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학습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다음과 같은 이슈들이 있다.
- Excel도 vlookup 정도 쓸 수 있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VBA로, 피벗테이블로 본인의 업무를 고도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즉, 개인의 컴퓨터 활용능력이 이미 하늘과 땅 차다.- 한마디로 실무자들끼리는 그런 얘기를 한다. “아니, Excel도 제대로 못 쓰는 사람들한테 AI 있으니까 RPA를 만들든 코딩을 해서 업무 자동화(효율화) 해오라는 게 말이 됩니까?”
- 이렇다 보니 AI 관련 KPI를 부여받거나 프로젝트를 리딩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가슴이 답답해 진다.
총무에서도 이 정도니 다른 현업부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 본다.
초등학생한테 대학생 수학을 가르쳐야 되는 느낌이다.
-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이미 능력치의 차이가 많이 벌어졌다면 따라잡기 위한 ‘학습’을 해야 한다. 그것도 전방위적으로 아주 많이!
- ‘학습’을 위해서는 ‘지적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 각종 AI Tool들의 Update 속도하며 신품 주기가 워낙 짧다보니 개인적으로도 꽤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직장생활 10년이 넘어간 혹은 20년쯤 된 직원들 중에 이렇게 ‘학습’을 하는 사람을 매우 드물다.
집에 가면 애랑도 놀아줘야 하고, 저녁에 술자리도 있고, 운동도 해야 하고 사람구실을 해야 하는데, AI로 뭐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코딩을 배우자니 미칠 노릇이다. - 비단 이런 ‘학습’에 대한 ‘벽’은 고년차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예를 들면, Cursor AI, Antigravity, VS Code 등의 도구를 사용해서 ‘코딩’을 통한 하나의 서비스 혹은 앱을 구현한다고 가정해보자.
어찌어찌해서 개발 프로그램은 설치했다고 치자, 검은 배경화면에 컬러풀한 코드들, 그리고 뭔가 실행하려고 하면 DOS 창 같은 Terminal에서 알지 못하는 의미의 Text를 입력해야 한다.
지금의 30대 초반(?) 정도라면 어쩌면 DOS라는 걸 단 한번도 써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고, 웹사이트도 모바일로만 접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개발자스러운 환경은 심히 당황스럽다.
하다못해 그 좋다는 Python을 배워서 뭔가 하려고 해도 이런 Terminal은 피할 수없다.
- ‘학습’을 위해서는 ‘지적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 각종 AI Tool들의 Update 속도하며 신품 주기가 워낙 짧다보니 개인적으로도 꽤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 상황이 이렇다보니 같은 돈 내고 AI를 사용하는데, 아니 어떤 이는 ‘무료’로 사용하는 데도 뚝딱뚝딱 보고서를 찍어내고 슬라이드를 만들며 심지어 IT부서나 외부 개발회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업무 효율을 높이는 프로그램, 서비스를 개발한다.
이쯤되면 따라가기를 포기하게 된다. 가르쳐 달라고 하고 싶은데, 어떤 걸 가르쳐 달라해야 할지, 뭐 부터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AI에게 물어보면서 하고 싶은데, 뭘 물어봐야 할지 모른다.
이렇게 벌어진 격차는 남은 직장생활 동안 좁혀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커질 확률이 매우 높고, 이미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며칠 전 발표된 Citrini Research의 「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 보고서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더 현실에 가까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다.